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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3.12.10 클라이멘타인 시스템
  5. 2013.12.10 인어

2013. 12. 12. 14:45

2013년 1월 5일

"처음이었어."

그의 취향대로 쓰기만 쓴 커피를 들이키는 내 속은 새까맸다. 허리 께까지 기른 금발을 묶을 생각도 않고 그는 부엌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통증은 없었고, 나는 때문에 더 배가 아려왔다. 하이얀 도기 위에 산을 이룬 각설탕을 한 움큼 쥐어 커피잔에 털어 넣었다. 창 밖은 유채색만이 찬연하다. 건너편 동의 유리창들에 비친 하늘이 구역질 나올 정도로 푸르렀다.

"그랬어?"

그가 노래하듯 대답했다. 마치 놀리는 듯한 어조였다. 그랬어. 나는 턱을 괴고 설거지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내가 알지 못하는 곡조를 흥얼댔다. 그 흥얼거림은 높아졌다 낮아졌고, 빨라졌다 느려졌다. 그러다 문득 어젯밤이 떠올랐다. 그는 맨 처음 나를 잡아챘던 때에도 저 노랠 흥얼거리고 있었다. 달그락대는 식기가 고무 장갑 새에서 요란했다. 몸속을 맴돌던 성욕이 분출구를 찾지 못한 채 머리 끝으로 몰리고 있었다.
"있잖아," 나는 푸스스하고 짚단 무너지는 듯한 소릴 내며 웃었다. 아누스를 가르며 들어오던 묵직한 그 감촉이 되살아나는 듯도 했다. 약을 한 것 같은 기분이다. 그는 세제를 수세미 위에 짜내며 나를 뒤돌아 보았다.

"왜 그러지?"

나는 할 수 있는 한 환하게 미소 지었다. 아아, 그런데 당신도 나도 알지 못하는 것이 있었다. 우리의 만남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내지는, 우리가 침대 위에서 짐승처럼 뒹굴던 것은 과연 언제였는지에 관해. 나의 기억은 내가 당신의 위에 올라타던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멍청한 꼴이었지만 당신도 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 주홍빛 램프에 당신의 몸 위로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을 나는 분명히 바라보고 있었는데……

"우리는 어떻게 만났었지?"

나의 멍청한 질문에 수세미를 문질러 거품을 내던 당신의 손은 멈추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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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박

2013. 12. 11. 11:49

침묵의 요람

  이름은 쥬드 앤더슨. 남자아이이고 고아다. 지능은 대강 161 정도가 아닐까. 사실 연표를 정리해둔 게 어딘가에 있을텐데 지금 내가 가지고 있지를 않아서 정확하게 정리를 하기는 조금 어렵다. 쥬드는 4살 때부터 기억이 있다. 그 전은 어찌 생각해 보면 없는 것이 당연하고…… 여하튼 쥬드가 어느 정도 철이 들었던 때엔 이미 보육원에 있었다. 블라셰 제8지구에는 보육원이 5개 있었는데 한 지구는 보통 25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져서 대강 다섯 구역 당 하나 꼴로 고아원이 있었던 셈이다. 그 중 제5보육원이 쥬드가 크고 자란 보육원. 각각의 보육원은 하나의 AI 오퍼레이터가 관리하는데 아이들을 다루는 곳이 되어 놓으니 오퍼레이터들은 모두 안드로이드 수트에 동기화할 수 있게 제작되었다. 제5보육원의 오퍼레이터 시스템명은 Vlu-017이고 기기명은 미세스 블루도우(Mrs. Bludow). 다섯 개의 보육원의 다섯 개의 AI 오퍼레이터 중 (그나마)제일 최신 모델이며 모성애에 특화되어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 제5구역에서 제10구역은 블라셰에서 기실 슬럼가 취급을 받는 곳(Blurredtown; 블러드타운)이었다.

* 블라셰에서는 키드내퍼들이 집단적으로, 또 조직적으로 활동하는데 그들은 일반 가정의 자녀들을 납치하기도 하나 주로 블러드타운의, 새간의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인 고아들을 주로 납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몸값을 요구하지 않고 아이를 납치한 후 사라지며 그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다.

* 보육원에 버려지는 아이들은 사지가 멀쩡하지 못해 부모에게서 버림 받은 경우가 많다. 물론 부모가 아이를 양육할 능력이 없어 아이를 버리거나 아이가 가출을 해 보육원으로 직접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보육원은 몇몇 경우를 제외하곤 소속된 아이들을 양육해야할 의무가 있으며 이는 교육을 포함한다(만17세까지).

* 인공배양되었으나 실패작으로 분류되는 아이들 또한 보육원에 버려진다.

* 미세스 블루도우는 파란 머리카락에 파란 옷, 파란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쥬드는 제5보육원에서 퍽 얌전한 아이로 자랐다. 그런 그와 그나마 가장 친했던 아이는 한 살 위의 블리스 앤더슨. 참고로 쥬드와 블리스의 성이 앤더슨인 건 아니다. 앤더슨은 보육원 식별 코드이며 그 이상의 의미는 가지고 있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앤더슨이라는 성을 가진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여하튼 어느날 블리스는 돌연 실종되고 미세스 블루도우는 밤을 새어 가며 그를 찾는다. 맨 마지막 블리스를 목격한 사람은 쥬드였다. 쥬드는 그러나 사람들이 어째서 블리스가 닙치되었다 이야기하는 지 이해하지 못한다. 블리스는 사실 키드내퍼을 자의적으로 따라간 것이었기 때문.

  미세스 블루도우는 무척이나 슬퍼하며 보육원의 아이들을 더욱 보호하려든다. 하지만 어느날 블리스가 보육원으로 돌아오게 되고, 그녀는 무척이나 기뻐하는데, 블리스는 일주일 가량이 지난 뒤 쥬드에게 무언가를 떠보듯 묻는다. 이곳을 떠날래? 라고. 쥬드는 고개를 젓고 블리스는 그 다음날 다시 사라진다. 미세스 블루도우가 다시금 상심에 빠진 것은 또 말할 필요가 없다.


  서기 2980년, 인류는 급속한 과학 기술 발전을 기반으로 안드로메다(Andromeda) 은하의 하문(Hah-moon), 브라이타인(Breitein) 은하의 블라셰(Vlache)에 이어 인류가 거주 가능한 4번째 행성, 지크하르콘(Zik-harcon) 은하의 B-047을 발견하게 된다. B-047은 전체 행성 면적의 약 1/6이 대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행성 자체의 크기는 제1행성 지구의 약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제3행성 블라셰의 최고 통치 기관 에르모니시아(Hermonitia)는 B-047의 개발을 추진하게 되었고 약 300명에 달하는 인간들이 B-047에서 불과 보름 떨어진 B-047의 소위성 RN-771로 이송된다. 그들의 임무는 행성의 개발 및 연구, 조사에 앞서 그 무엇보다도 '생존'이었다.


  쉽(Spaceship)이 RN-771으로 향하는 15년의 기간 동안 사망자는 300명 중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약 120명에 달하였으며 대부분은 정신적 문제로 인해 서로 간 척살을 자행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번식하였으며 약 180명으로 줄어들었던 쉽 내의 인구는 RN-771에 달하였을 땐 250명 가량으로 늘어 있었다고 한다.


  B-047은 동 에르하(Ehrhaa)와 서 에르하, 이 두 대륙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극관에는 얼음이 얼어 있으나 이는 이산화탄소로 확인되어 사실상 B-047에 마땅한 수원은 존재하지 않는 것¹으로 판명되었다. 불구하고 무리한 인구의 이동을 감행한 에르모니시아는 이에 대해 이렇게 주장한다: "지하수가 존재한다."라고 말이다.


¹ 바닷물이 있으나 그 염분 농도는 약 170‰에 달한다. 이 바닷물을 증류할 시설이 아직 설비되지 않은 것 또한 이유들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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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10. 10:56

클라이멘타인 시스템

2. 클라이멘타인 시스템KLEIMENTEIN SYSTEM






  여기서 주인공은 또 남자아이. 금발벽안. 미형. 어릴 적 사고로 부모를 잃고 알 수 없는 하얀 가운을 입을 인간들에 의해 하얀 건물로 인도된다. 그리고 '보모'라는 존재와 함께 살아가게 되는데, 하얀 건물은 이상하지만 이상하지 않은 곳이었음. 아무도 그가 무엇을 하는지 신경 쓰지 않았지만 '무조건 해가 지기 전에는 건물로 돌아와야 한다'는 룰이 있었는데 그 누구도 그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는다. 소년은 그러나 이게 대해 알 수 없는 반항심을 느끼기 시작한다.

  성인이 되는 날 소년은 자신에 대한 기록을 타인에 의해 알게 된다. 타인이라고 해야할까 AI라고 해야할까, 여하튼 지급되는 단말기의 메세지에 그에 대한 모든 기록이 들어있었던 것. 그는 그제야 자신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인간이라는 걸 알게 되고 점차적으로 순응해 감. 딱히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게 되는 것도 아니었고 건물에는 (단말기에 의하면)그와 비슷한 인간들이 많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들 그러니까. 그런 생각으로 인생을 살게 된다. 물론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어릴 적의 기억이 진짜인가 혹은 주조된 가짜인가에 대해 고뇌하고 자해하고. 그가 그 모든 짓거리들을 그만둔 것은 자신을 부정받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긍정도 받지 못했지만.

(중략)

  그리고 소년은 청년이 된다. 하지만 인공 신체의 결함으로 인해 발작을 겪게 되고 지독한 능력의 발현을 보여줌. 당시 ER에 있었던 연구진들 중 살아남은 이는 없었고 그에 관한 보고는 CCTV로 그들을 감시하고 있던 오퍼레이터에 의해 올라가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의 보모는 상부에 의해 바뀌게 되는데, 이번엔 보모라기보다는 철저하게 훈련된 그 또래의 능력자였음. 타인의 속내를 글자로 볼 수 있는 능력자. 그리고 주인공은 보모가 능력자라는 것만 알고 상부의 개라는 건 모름. 또한 주인공은 당시의 사건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사건 이전의 정상적인 기억들 중 일부도 덤으로 날아가버리고 만다.

  주인공의 몸상태는 점점 안 좋아진다. 하지만 아무도 말을 해주지 않으니 그냥 이게 당연한 거라고 여기며 별 생각이 없어짐. 하지만 보모는 이상을 감지하고 연구소의 연구원에게 따져묻기 시작하는데(연구원도 능력자니 생각은 읽지 못하고) 연구원도 그걸 처음 알았다는 듯 이야기 함. 그리고 별다른 이상은 아니라고 이야기해줌. 근데 이게 아무런 문제도 없으면 내가 적지도 않았겠지.

  건물은 외부로 나가는 통로가 사실 여러 개인데, 일종의 큐브 같은 공간을 일그러 뜨리는 형식을 사용해 지어져 있어서 주인공이 외출을 해도 방에서 곧장 바깥으로 나갈 수 있고 다른 이들이랑 마주할 수 있는 확률은 거의 희박한 정도다. 근데 보모는 자기 상관의 명령에 의해 큐브의 센터로 들어가게 되고 존나 경악함. 건물 자체가 인간을 매개로 지속되는 것이었을 뿐더러 하얀 복도는 다닥다닥 벌집 같이 좁은 방으로 그득했다. 그 방에는 주인공과 비슷한 외형의, 나이는 제각각인 남녀가 각자의 보모와 함께 있었음. 문제는 다들 상태가 썩 정상적이지는 않다는 것 정도. 상부는 보모에게 저건 '실패작'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그러면서 클라이멘타인 프로젝트에 대해 알려준다.

  클라이멘타인 프로젝트는 인위적으로 인간을 만들어내 그들이 의미하는 가장 이상적인 지도자로 만들어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외모는 옛문헌 속에 등장했던 닉스의 DNA를 얻어 따오고 능력은 강제적으로 전이시켜 이식하는 등 그악스러운 실험이었음. 하지만 상위 계급의 능력을 가진 채 자아를 가지고 완성된 실험제는 현재까지 3명뿐으로, 각각의 이름은 일리야(나의 신은 하느님), 키리에(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베네딕투스(찬미받으소서)이며 모두 남성체이다. 지금까지 자아를 가졌던 여성체는 글로리아(대영광) 하나밖에 없었으며 그녀도 사망한지 오래라 상부는 밝힌다. 프로젝트는 가장 완벽한 인간을 창조하고 후에 그들을 신격화할 계획까지 담고 있었다.

  자아의 생성에 실패한 실험체들은 폐기물로 분류되어 뇌에 코드를 뚫어 큐브의 연료로 사용된 뒤 소각되거나 장기를 적출당해 거래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모두 알게된 보모는 환멸감을 느끼고 이 모든 일에 대해 함구하고 더 이상 주인공을 감시하는 일을 그만두겠다 말하는데, 이에 상부는 한 마디로 답한다. 일리야(주인공)를 죽이겠다. 결국 보모는 분해하면서도 주인공의 곁으로 가 자신의 임무를 계속함. 그리고 점점 주인공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게 되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그저 감시자의 입장으로 있었지만 진실을 알게 되고나니 점점 주인공이 불쌍해 보이는 것.

  그 와중 주인공은 자꾸만 선명해지는 자신의 꿈 속에서 자신의 능력 중 하나를 기억하게 되는데, 그건 꿈을 '보는' 능력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보모가 상부에게 무언가를 보고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점점 그를 불신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또래의 친구니까, 꿈이 보인다는 이야기를 넌저시 건네자 보모는 기겁을 하며 절대 의사들(연구원들)에게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겁을 줌. 보모는 나름대로 그를 지켜주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던 것. 이제 보모도 의사들도, 믿을 인간들이 없어진 주인공은 자신에게 우호적인 AI들의 힘을 빌어 외부로의 외출이 아닌 내부로의 탐험을 감행한다.

  그는 입구조차 찾을 수 없던 어느 곳으로 흘러들어가게 되는데, 그곳은 지하였다. 지하는 간간히 하늘의 빛이 직선으로 내리쬐는 동굴 같은 공간으로, 바닥에는 기이한 빛깔의 물이 고여 있음. 그리고 주인공은 그곳에서 늘 자신의 꿈 속에 나왔던 소년이 자란 것 같은 사내를 만나게 된다. 물빛 머리의 사내. 하지만 꿈 속과는 다르게 그는 물고기의 꼬리를 한 채였음. 그리고 그의 입가에선 투명한 점액질이 흐르고 있었는데, 물에 닿는 순간 꼭 인간의 피처럼 검붉게 변함. 식겁한 주인공은 자신의 단말기에 할당된 AI에게 멘붕해서 ㅇㅇ이ㅣㅣ ㅇ이거 어떸캄? 이거 어떠카면 좋져?????? 이러다가 결국 보모를 부름(보모를 못 믿겠다며 난리를 부린 주제에 의지할 사람이 보모밖에 없었다……). 보모는 남자를 보자마자 낯이 익다고 생각하는데, 주인공이 생성해내는 글자를 보고 남자에 대해 대강 알게 됨.

  그리고 점점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하는 순간 엄청난 사실을 알아낸다. 주인공이랑 사내가 닮았음. 특히 이목구비의 그 배치가. 그리고 상부에서 자신에게 했던 이야기를 떠올리고 그가 DNA를 제공한 닉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됨. 근데 사실 주인공은 사내를 어릴 적에 만난 적이 있으니까 DNA를 제공했다고 해도 그 주인이 사내일 수는 없음. 실제로 닉스의 DNA는 연구소측에서 인어 사냥이 이루어졌던 때의 것을 겨우 구해 사용한 거였고. 여하튼 보모는 알 수 없는 적개심으로 닉스를 상부에 보고하고 상부에서는 환장하게 좋아함. 당연하지!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던 닉스가 나타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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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박

2013. 12. 10. 10:47

인어

1. 인어人語/人漁






  주인공은 남자 아이. 돌연변이 닉스. 금발벽안이지만 성장함에 따라 머리의 색깔은 물빛으로 바뀌어 간다. 여기서 닉스는 마을의 뒤편에 자리한 호수에 서식하고 있는데 대체로 고아하고 아름다운 종족이다. 하지만 기실은 육식성이고 포악하기 그지 없음. 그래도 이성은 있어 의외로 인간적이기도 하다. 닉스의 존재는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아서 마을의 노인들이 아닌 이상 대개 전설 즈음으로 치부하고 만다.

  여하튼 남자 아이는 커가면서 늘 자신과 함께하던 머메이드를 좋아하게 되는데, 이후 번식기를 거치며 교미를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처한다. 머멘들의 수는 머메이드에 비해 월등히 적어서 한 머멘이 여러 머메이드와 교미해야하는 일부다처제 형식인데 이게 꼭 사마귀 같아서 교미 후에 암컷이 수컷을 잡아 먹음. 힘의 세습을 위해서다. 주인공은 패닉에 빠져 도망치고 난리를 피우고 하는데 소꿉친구는 그게 당연한 거 아니냐며, 오히려 주인공이 이상하다는 식으로 몰아가고 그렇게 죽는 건 영광이라는 식으로 이야기 함. 

  주인공은 멘붕하는데 교미 이후 도망치기 시작한다. 근데 호수 바닥이 넓어봐야 얼마나 넓겠어? 들킴. 근데 얘는 자길 쫓아온 머메이드를 죽인다. 죽이고 섭식하는데, 사실 머멘들은 세뇌당하듯 커서 머메이드들에게 거의 복종하다시피 하는 거였고, 힘의 세습을 위해서 머멘을 포식하는 머메이드들은 애초 머멘보다 강할 수 없는 존재였던지라 주인공은 그제야 무언가를 깨달음. 그리고 천천히 머메이드들을 죽여나가고 후에는 결국 호수의 닉스들은 모두 뱃속에 처넣음. 그리고 그악스러운 동족의 저주를 받고 두 다리를 가지게 된다. 인어공주 동화책에 나오듯 걸을 때마다 유리 조각을 밟는 듯한 고통이 느껴짐. 또 목소리도 나오지 않게 된다. 말을 하기 위해선 미친 듯이 물을 들이켜야 함. 그렇지 않으면 버석하게 마른 기도로 피를 쏟아내는 일도 있다.

  그러다 한 소년을 만남. 하얀 시멘트로 지어진 건물 속의 소년인데, 주인공과 제법 닮은 남아였음. 그는 소년에게서 안간의 언어를 쓰고 말하는 방법을 배우고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줌. 그리고 점차적으로 소년에게 사랑받아 가고 그도 소년을 사랑하게 되지만 닉스인 것을 들킨 후에, 혹은 마지막 닉스임을 필담의 기록으로 들킨 후에 마을 사람들에 의해 두 다리를 강제로 절단당하고 마을에 감금당함.

  흉년의 이유를 소년이 다른 머메이드를 죽여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그들의 힘은 기실 세습되고 종속되는 것이라 소년에게는 녹아든 닉스의 힘이 있었다. 마지막에 소년은 결국 스스로 호수에 뛰어들어 물로 돌아간다. 하지만 헤엄치지 못하는 멍청한 머멘은 죽음을 자초할 뿐.




간단하게 닉스를 머멘과 머메이드로 분류했지만 기실 닉스는 세번째 성인식을 치르기 전까지는 암수가 정해지지 않는다. 첫번째는 아르멘Armen, 두번째는 혼Hohn, 세번째는 플뤼벤체Pluwence로, 아르멘 때의 닉스는 대개 유아기에 가까우며 혼을 치루고서야 어느 정도 성의 특징적인 부분들을 지니게 된다. 그러나 플뤼벤체가 지나기 전에는 생식기가 갖추어져 있지 않는 게 대부분이라 정확하게 생물학적으로 암수를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니까 주인공이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낸 머메이드가 머엔이 될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 때문에 머멘처럼 생겼지만 머메이드인 경우도 있고 머메이드처럼 생겼지만 머멘인 기묘한 돌연변이들도 이따금 일어나곤 한다. 근데 어차피 닉스는 머멘이 머메이드보다 예쁘다. 수컷인걸.

  닉스들은 보통 인간의 가청 주파수대보다 훨씬 높은 주파수의 소리로 이야기한다. 그들이 말하는 것이 그러나 모두 인간에게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발성 기관은 인간의 언어를 담을 수도 있으며 인간들이 들을 수 있도록 많은 것들을 예언하곤 하는데, 인간들은 그것을 노래라고 정의하고 명명한다.

  닉스들의 피는 투명한 빛깔이며 물에 닿는 순간 검붉은 점액질로 화한다. 그 피는 의외로 용해도와 영양도가 의외로 높아 한때 그들 개체를 인어 사냥의 타겟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그들 핏속의 독소 성분들로 사망하는 이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생하게 되고 인어 사냥은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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