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10. 12:09

나쁜 버릇

 그런 거야, 결국은 그런 거야……

  눈을 뜨자마자 든 생각은 단지 그런 것이었다. 뜨끔뜨끔이라고 해야할지 시큰시큰이라고 헤야할지 알 수 없는 통증이 척추를 찌르르 울리며 타고 올라왔다. 번듯한 것이 거슬려 왼쪽으로 몸을 돌챠눕자 통증을 그 강도와 면적, 또 깊이를 더욱 우심케 한다. 끔찍하고 아뜩했다. 눈을 감고 귀를 세워도 문밖의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고 어두웠지만 때문에 오드콜로뉴의 향취로 지금 누워 있는 곳이 그의 침대임을 알았다. 커튼을 친 창 너머로 붉고 하얀 헤드라이트들이 이따금 명멸했다. 차라리 잠 드는 것이 나을 거라는 걸 진즉 깨닫고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웅크렸으나 클락션 소리가 뇌수를 뒤흔들고 스러지기를 반복했다.

  이불은 아마 소용돌이 내지는 장미 봉오리처럼 말려 들어가 있었으리라. 추위에 오한이 일고 소름이 돋았다. 불구하고 흐르는 식은 땀에 옷과 시트가 흠뻑 젖어 있었다. 그러면 이내 더욱 추워졌다. 벽과 침대가 맞물리는 부분에 몸을 대자 마치 모래 시계 속의 유사처럼 스스로가 그 틈사구니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몽롱하고 나른했다. 굳이 누군가 말해주지 않아도 내가 열에 들떠 있음을 알아 차릴 수 있었다. 당연한 수순이었으나 너무도 당연해 서러울 지경이었다.

  연우가 보고 싶었다. 마음껏 호곡을 터놓고 토해낼 수 있는 연우. 그는 아마 또 어딘가의 클럽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 지도 몰랐다. TV가 있는 거실의 피아노는 칠 수 있는 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울리지 못했다. 그러면 이제 그를 마음껏 원망할 수 있다. 내게 힘이 되어주겠다 하였으나 한없이 무관심한 연우는 나쁜 녀석이었다.

  얼마 간을 뒤척였는지 알 수 없었다. 엉덩이 께의 시트, 아니, 매트리스가 눅눅한 지경이 되어서야 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붉게 헐어 있을 것이 분명한 아누스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녹진한 무언가가 만져졌다. 다물어지지 못한 채 반쯤 열린 그곳은 차가운 손가락이 닿자 반사적으로 움츠러 근다. 끈적하게 중지에 묻어난 것이 그러나 무엇인가는 어둠 아래 제대로 분간해낼 수 없었다. 피든 정액이든 냄새를 맡거나 핥아볼 수도 있었으나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그건 너무 비참하지 않은가. 뒤에 힘을 준 채 몸을 일으키자 벽면의 희미한 푸른 빛을 내던 전자 시계가 아득하게나마 시야 속으로 뛰어들었다. 실금처럼 뜨고 있던 눈을 더욱 찌푸리며 더듬더듬 시간을 읽어 나갔다.

  11:23 PM THURS……

  얼마가 지나지 않아 금요일이 될 터였다. 안심하고 침대를 벗어나기 위해 바릊댔다. 연우는 저녁 9시에 집을 나서 새벽 4시 즈음에야 돌아오는 올빼미였고 연화는 아마 오늘 만큼은 집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침대 밖으로 다리를 뻗다 한 반 굴러 떨어지고서야 가까스레 문설주를 붙잡고 허청이는 다리를 다잡을 수 있었다. 금세 뒤가 화끈하게 저려왔다. 축측하게 젖은 바지와 속옷을 벗어 손에 들고 거실로 이어진 방문고리를 잡아 열었다. 욕실로 가기 위해서였다.

  절름발이처럼 절뚝대며 한쪽 다리를 거의 끌다시피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리 사이로 무언가가 선뜩한 감촉을 남기며 타고 흘러내렸다. 이번 주 빨레 당번은 나였던가. 아니, 연우였다. 아아…… 그랬던가?

  손에 든 옷가지들을 빨레통에 처넣고서야 문득 떠오른 사실에 고소가 흘렀다. 이 집을 떠나기 위해 챙겨야 하는 짐들에는 무어가 있을까로 급작스레 전개되는 사고에 고민이 되기도 했다. 챙겨야 하는 것…… 막상 곱씹자니 내가 가진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다는 게 떠올랐다. 나 자신조차도 나의 것일 수가 없는데 그것은 제법 어리석은 자문이다.

  욕실의 리놀륨 타일 위에 바지와 속옷을 팽개치고 위에 걸치고 있던 박스티를 벗었다. 샤워기 아래 멍청하게 서 있다 물을 트는 바람에 찬 물이 머리 위로 쏟아졌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놀라 펄쩍 뛰었으나 이내 흠칫하고 몸을 부르르 떠는 순간 이내 따뜻한 물이 나오기 시작한다. 중지를 아누스 속으로 밀어 넣었다. 머릿속은 식어 있었고 흥분도 없었다. 그저 쓰라리고 따끔거렸을 따름이다. 손 끝으로 내벽을 눌러 밀고 갈고리처럼 긁어내자 엉긴 정액 덩어리들이 쏟아져 나온다. 수채 구멍 속으로 흘러들어간 그것들은 산화된 피 때문에 약간은 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다리를 벌리고 쭈그리고 앉자 드러난 허벅지에도 멍 자국들이 선연하다. 그제야 확신하게 되었다. 그건 강간이었다. 연화가 싸질러놓은 정액들은 끊임없이 나왔다. 그는 분명 내가 기절하고서도 나를 범했으리라. 수치심에 앙다문 입술이 덜덜 떨려왔다. 샤워 부스의 우리에 부옇게 서리는 김에는 혼곤함이 더해져 간다. 결국 바닥 위에 주저 앉은 채 옹송그리고 말았다. 뒷목을 두드리는 물줄기가 간헐적으로 강해졌다 약해졌다는 반복한다. 목줄기를 틀어쥔 채 비명을 지르려는 입 속에 그는 제 손가락을 쑤셔넣지 않았던가. 그것은 종족 보존의 욕구보다도 지독스러웠다. 분하고 오욕스러운 속내는 그러나 점차적으로 얼어붙어 갔다. 흐르던 물이 몹시도 유연하게 배수구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나는 그저 그것을 멍청하게 바라보았다. 뜨겁다. 머리카락의 끝에선 물줄기가 흘러내린다. 형용해낼 수 없는 민충함 내지는 무의식이 내 속에 똬리를 틀고 있다. 그것만은 확실했다.


  "장인하! 정신 차려, 장인하!"


  아득하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꿈결에서 들리우는 것과도 같이 낯설어서, 나는 도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그는 내 어깨를 쥐고 흔들가 뺨을 꼬집었다. 눈꺼풀은 열기에 반하듯 추락했다. 그리고 마침내 뺨에서 화끈한 통증이 일고서야 가까스레 파르르 눈두덩이를 떨며 개면할 수 있었다. 시야는 마치 급작스러운 역광이 든 흑백 사진처럼 기묘한 콘트라스트를 남기며 다시 상을 담았다.


  "정신이 들어?"


  그는 연우였다. 하지만 나는 연화를 부르려 했다. 연화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일그러질 그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연화를 빼닮은 연우. 연화의 이름이 계속해 내 입속을 맴돌았다. 입술을 떼는 그 순간 그러나 내 속에 들어차 있던 모든 언어들은 어디론가로 사라져 버렸다. 그것들은 이내 울음과 신음으로 화했다. 서러웠지만 슬프지는 않았는데, 기이하게도 연우와 눈이 마주친 순간 주체할 수 없는 울음이 터져나왔다. 나는 연우의 셔츠 셔츠 자락을 잡아 당겼고 연우는 내 머리를 껴안았다. 샤워기에선 계속해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끔찍한 울음을 터뜨리며 얼굴을 묻은 연우의 목덜미에선 퀴퀴하게 젖은 담배 냄새가 났다.


  "연화야…… 연화야아……"


  연우의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어째서 그랬느냐고, 내가 그렇게 미웠냐는 연화를 향한 원망 섞인 모든 나의 중얼거림에도 연우는 등을 토담이는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 그러면 더욱 서럽게 울었다. 연우는 마치 위로하듯 내 등을 쓰다듬으며 연신 괜찮다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것은 일견 그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들리기까지 했다. 이상해. 네가 강간을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나는 애써 그 말을 삼켰다. 마침내 진이 빠져 반쯤 정신이 혼미해졌던 때, 연우가 조심스러이 나를 안아올렸다. 실이 끊어진 마리오네트처럼 나는 미동조차 하지 못한 채 늘어져 있었다. 수마가 계속해 몸을 집어 삼킨다. 연우는 제 품에서 간헐적으로 꿈질대는 나를 고쳐 안는다.


  "……씻어야 돼."

  "내일 씻어. 많이 지쳤잖아."


  연우는 끊임없이 물을 뱉어내던 샤워기를 끈다.


  "정액은 뱃속에 오래 두면 배가 아파."


  정액이라는, 약간은 노골적인 내 단어 선택에 그는 잠시 멈칫했으나 그도 정말 잠시였다.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댄다. 그도 나도 정말이지 형편없이 젖어 있었다. 어째서인지 그 사실이 내게 기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마치 나로 하여금 스스로가 포태되어 있는 자궁을 떠올리도록 만들었다. 양수…… 그리고 갓 빠져나온 갓난아기 따위의…… 그러나 무용한. 샤워기를 끄고 얼마가 지나지 않아 발작하듯 떨기 시작했다. 연우가 수건으로 몸을 물기를 닦아내도 저항 한 번 할 수 없었다. 그의 손길은 사타구니 께에서 한없이 부드럽게 변했다. 그러나 수건이 항문을 스친 순간 나는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씻어내야만 한다는 강박감. 연화가 내게 남긴 흔적 따위는 씻어내야만 했다. 연우에게 굴욕적인 치부를 드러낸 듯한 이 기분은 도모지 견뎌낼 수가 없었다.


  "그만 둬!"


  연우는 욕실을 나와 나를 안은 채 방으로 발걸음을 돌리려 했고 나는 욕실의 문고리를 잡은 채 놓지 않았다. 스스로조차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온 것인지 알지 못했을만치로 그악스러운 악다구니였다. 기겁한 연우가 내 손을 겹쳐 쥐었다. 연화가 내 뱃속에 싸질러 놓은 정액 따위로 배앓이를 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하면 너는 이해해줄까. 네 앞에서 너의, 그리고 나의 형과 뒹굴던 그런 내 마음을 너는 알아 줄까. 스스로가 진창에 떨어져 버렸다는 자괴감이 도시 일세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역시, 연우로서는 이해해낼 수 없을 것이다. 불구하고 그런 그가 나를 이해하려 든다는 것은 마냥 비극적으로 느껴졌다.

  가볍게 하비어 긁어내기는 했지만 연화의 것이 꿈질대며 허벅지를 타고 흘렀다. 그런데 나는 어째서 연우에게 위안 받고 있는 것일까.


  "죽여 버릴 거야…… 장연화 따위 죽여 버릴 거야……"


  머릿속에선 하이얀 폭죽이 터져올랐다. 부들부들 떨려오는 턱이 기실은 나의 것 같지가 못했다.


  "……혼자 설 수 있어?"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자 연우는 내 발이 거실 바닥에 닿을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나를 내려 놓는다. 꼴사납게도 그의 팔이 떨어지는 순간 바닥에 주저 앉고 말았다. 연우는 한숨 한 번 내쉬지 않고 나를 일으켜 세워 부툭한다. 그는 불썽사납게 마른 내 한쪽 팔을 자신의 어깨 뒤로 넘긴다.


  "꼭 씻어야겠어?"

  "응."

  "……도와줄게."


  그렇게 말하며 나를 데리고 욕실로 들어선 연우는 제일 먼저 세면대 곁의 나와 연화, 그리고 자신의 면도기를 화급히 장에 밀어 넣었다. 나는 그제야 연화가 말한 '도와줄게'가 알량한 그의 공포심으로부터 기인된 것임을 할게 되었다. 그는 내가 자살할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흔히들 TV나 소설 속의 성폭행 피해자가 그러하듯. 내 최초의 관계가 강간이었다는 것을, 녀석도 연화도 모르는 탓이다. 나는 그것을 애써 모른 체 하며 반대편의 서랍을 열어 피스톤과 호스를 꺼냈다. 관장액은 아마도 연화의 방에 있을 거라는 게 그제야 떠올라 망연히 물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연우는 약간 넑이 나간 표정으로 그런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가 무엇을 떠올리고 있는지 나로선 할 도리가 없었다.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음에도.


  "연화는 섹스할 때 콘돔 쓰는 걸 싫어해."


  막상 입을 열고 나니 빈정거리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세면대의 거울로 시선을 돌렸다. 연우는 고개를 숙여 내 손에 들린 기구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듯 싶었다. 단지 눈길만으로. 그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 것에 갑자기 불안감이 밀려왔다. 연우를 따가 시선을 내렸으나 내겐 그저 쓸데없는 짓일 뿐이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결국은 연우의 뽀얀 얼굴을 훑었다. 색소가 옅은 눈동자와 조각한 듯한 코 따위가 유난스레 도드라졌다. 그의 너머에서 연화가 보였다.


  "강간이었어."


  최대한 명확하게 그 단어를 발음하려고 했다. 사실을 말하는 것이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야 용이하리라 믿었는데 끊어치듯, 말끝은 파르르 떨려왔다. 그제서야 내게 무엇인가가 일어나고야 말았다는 사실을 나는 인정하고 말았다. 소리 없는 죽음이 연화로부터 내게로 옮겨 왔다. 그것은 고백에서 오는 수치였다. 연화는 내게 자신의 성벽을 고백했던 때 어떤 표정이었을까. 그는 당시 그러나 분노할 이유가 없었다. 이 지경이 되자 내가 지켜내려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가 전연 알 길이 없어져 버렸다. 나는 한국에서 이따금 연락을 취해오는 이들에게 김치가 그립다느니 고추장이 그립다느니하며 웃어댄 것과 마찬가지로 연우에게도 방죽을 쌓아 올리고 있었다. 어느 순간엔가 나는 어른이 되어 버렸다. 나는 연화와 나로 한정된 이 좁은 세계가 연원하리라 믿고 싶었다. 균열이 가기 시작하는 미량 저울의 평행을 나 자신과 연화만의 비밀로 한다면 괜찮을 거라고…… 한 집에 사는 연우의 앞에서 이미 써늘해져버린 연인과 포옹을 하고, 또…… 아아…… 그건 이미 연극이었다. 괜한 관객조차 없는 촌극.




  나는 결국 관장을 하지 못했다. 대신에 연우에게 안겨 짐승처럼 울어댔다. 연우에게 사과하고 연화를 저주했다. 그날부터 무언가가 바뀌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늘 밤에 나가 새벽에나 집에 돌아오던 연우는 오전 12시가 되기 전 귀가했고 연화는 되려 새벽 6시 즈음에야 소리없이 제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열쇠조차 소리없이 돌려 여는 듯 싶었다. 그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혁경이 집으로 찾아와 맥주 한 박스를 갖다주며 농담조로 연화가 일주일 내리 철야를 한 탓에 자기들 할 일이 없어져 큰일이다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가 바나 카지노를 전전하고 있으리라 생각했을 지도 몰랐다. 어쩌면 바람 비스무리 한 것도 말이다. 그 만큼 그 둘의 생활 사이클은 반대가 되어 있었다. 불구하고 나는 버릇처럼 7시면 일어나 연화와 연우의 아침을 차렸다. 팬케이크를 굽고도 어딘지 석연치가 못 해 냉동 와플과 팝타트를 꺼내 놓고 그로도 모자라 약간은 낡아 뵈는 구식 밥솥에 밥을 지었다. 그러면 그는, 그러니까 연화는 내가 방에 들어간 후에야 문을 열고 나와 그 중 한 가지를 집어먹고는 8시 반 즈음 집을 나섰다. 연우와 나는 9시에 그가 먹고 남은 것들을 다시 데워 먹었는데, 사실 연화는 팝 타트 하나를 데워 가져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연우는 탁자 밑으로 다리를 까딱이며 내 다리를 간지럽히고, 나는 그러면 웃는다.


  "인하야."

  "응?"

  "일하는 데 따라올래?"


  기실 오전, 오후 중 연우는 같은 집 안에 있다 뿐이지 좀처럼 문 밖으로 나오는 일이 없었기에 나는 제법 무료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연우의 닫힌 방문에 귀를 대고 있으면 희미한 노랫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의 방 안 벽면과 문에는 마치 계란판 같은, 스펀지 같은 재질로 된 방음벽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언젠가 그는 그게 형의 히스테리컬한 반응 때문에 스스로(손수) 설치한 것이라 일러준 적이 있었다. 연우는 그가 음악을 싫어한다고 말했지만, 내가 보기에 연화는 '연우가 하는' 음악을 싫어할 따름이었다. 때문인지 나는 연우가 말하는 '일하는 데'에 대한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내가 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그가 유명 음대의 휴학생이라는 것과 일을 하러 클럽에 다닌다는 것, 그리고 그의 형의 성벽 따위 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날 따라 연우는 방에 박혀있지 않았다. 우리는 그의 구형 포드를 타고 다운타운의 아울렛에 갔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연화가 준 신용카드를 나를 위한 용도로 썼다. 이미 거기서부터 나는 일탈 비스무리한 것을 감각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연화가 내게 허락하지 않았던 찢어진 모양새의 청바지나 얇은 체인식의 목걸이를 연우는 내게 대보며 그것들이 어울리는 가를 엄격히 심사했다. 키들대며 웃고 있노라면 어느새 내 팔에는 쇼핑백 하나가 더 걸려 있었다. 평소라면 사 마시지 않았을 비싸기 그지 없는 스무디를 한 손에 쥐고 집에 돌아왔을 때엔 이미 오후 6시가 넘어 있었다. 연우는 그것을 두고 '대단하다'며 웃는다. 그리고 이내 연화가 내게 알려준 것이 근처 차이나 타운으로 가는 길 밖에 없었다는 것을 듣곤 퍽 화를 내기도 했다. 나는 그에게 차피 길을 알았어도 퍼밋이 없어 운전해 가지 뮷했으리라 설명했으나 그는 도리어 애써 그리 설명하는 나를 측은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에게 아직 나는 연화의 부속품이었다.

  옷을 다섯 백이나 샀으나 연우가 내게 골라준 것은 그의 옷들 중 하나였다. 담배 냄새가 배일테니 그런 옷들은 언제 남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러 갈 때 입으라고 연우는 말했다. 그리고 이내 무언가 실수를 했다는 듯 입을 다물고 나를 응시하다 미안하다는 사과를 내뱉었다. 나는 연우를 향해 미소 지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연우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가 건네준 옷을 받아들고 방으로 가 갈아 입었다. 약간은 캐쥬얼한 느낌은 하얀색 셔츠와 달라붙는 청바지였다. 연우는 옷을 갈아 입고 나온 나를 바라보며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옷에서는 희미한 섬유유연제의 향기가 났다.


  "어울린다."

  "너무 단정하지 않아?"

  "괜찮아."


  금욕적으로 보이거든, 하고 그가 웃는다. 그는 내 목에 자신이 걸고 있던 체인형 금목걸이를 빼 걸어주었다. 차피 셔츠 깃에 가려 보이지 않을텐데. 그렇게 말하자 답답하게 채워 잠근 목단추 두어 개를 대신해 풀어 준다. 목덜미에 닿는 하이얗고 긴 손가락에 잠시간 숨을 멈췄다. 그리고 그 순간 그가 내 목에 손을 집어넣어 간지럽히는 탓에 자라목 꼴을 한 채 자지러지고 말았다. 마침내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몸을 다잡았던 때엔 눈초리에 눈물이 찔금 맺혀 있었다. 클럽은 가까운 거리라고 했으나 새벽에는 지하철이 끊기는 탓에 차를 몰고 가야한다 시동을 걸며 연우가 말했다.

  한국과는 확실하게 많은 것들이 달랐다. 직선으로 곧게 뻗은 도로며 한산한 가, 드넓은 주택가…… 연우의 단정한 옆모습이 마주 오는 차의 전조등에 역광을 받아 드러난다. 눈을 감자 보랏빛의 잔상이 눈꺼풀에 각인되는 듯 했다. 중간에 노루인지 사슴인지가 도로에 뛰어들었던 것을 제하면 별 탈없이 우리는 클럽에 도착했다.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투박한 트럭이 주차되고 시동이 꺼졌을 때, 거리는 마치 죽어버린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인적이 드물고 어둠이 나앉은 뒷골목이었다. 네온 사인으로 만들어진 간판이 너무 초라하지도 너무 휘황하지도 않게 건물의 입구 옆에 걸려 있었고 그 옆에서 몇몇 인영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하늘도 건물도 시커멓게 덧칠되어 있어서 둘을 구분할 방법이란 여윈 낫이나 손톱처럼 하늘에 매달린 달뿐이었다.

  미끄럼 방지 테이프가 붙어 있는 가파른 타일 계단을 더듬더듬 걸어 내려갔다. 이사할 적 엘레베이터 벽에 대놓는 나무 판 같은 걸로 이루어진 통로의 벽면에는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난폭하게 쓰인 글자들이 난무했다. 그것들은 그러나 화장실에 끼적여 두는 낙서들과는 다른 느낌이다. 어째서인지 그것들…… 낙서, 아니, 글자들은 이전부터 그곳에 존재해 왔다는 그런 강렬함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벽면을 가득 덮은 낙서를 묻어버린 콘서트 팜플렛에 스치우듯 시선을 두었다. 짧게는 사나흘, 길게는 두어 달 가량 날짜가 지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반쯤 그런 것들에 정신이 팔린 내 팔을 연우는 아프지 않을 정도로 잡아 끈다. 나는 멈칫하다 그를 따랐다. 그러자 이내 학교 강당이나 극장에서나 보았던 육중한 방음문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까닭없이 들뜨고 말았다. '해서는 안 될 짓'을 하고 있다는 두려움과 연화의 손바닥을 벗어 났다는 희열에 지배당했다. 마치 사형수가 자신이 온 길을 되짚어 보듯, 거울로 들어가기 전 앨리스가 자신의 집을 눈 안에 새기듯 나는 뒤돌아 미미한 붉은 빛이 감도는 통로를 응시했다. 문 너머에서 먹먹하고 답답하게 들려오는 이질적인 음악 소리가 그득했다. 연우는 그런 내 심정을 아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팔짱을 끼고 내 어깨에 머릴 기댄다.

  결국 그 마법의 문을 연 것은 나도, 연우도 아니었다. 한 무리의 외국인들(그들에겐 내가 외국인이겠지만)이 연우와 내 뒤로 걸어왔다. 그들은 연우를 알고 있는 듯 싶었다. 그들이 장난스럽게 그의 등을 치며 인사를 주고 받는 순간 연우 또한 그들 공동체의 일부임이 내게 드러났다. 괜스레 소외된 듯한 기분에 몇 걸음을 물러서자 눈두덩에 검은 아이쉐도우를 바른 여자가 마찬가지로 검게 칠해진 입술을 열어 빠르게 무언가 말을 내뱉는다. 연우가 내 어깨를 살짝 건드릴 때까지, 나는 그녀의 말이 나를 향한 것이었는가 알지 못했다. 고개를 들어 여자를 바라보자 그녀가 윙크한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연우를 응시하는 순간 뒤에서 한 사내가 내 어깨 너머로 긴 팔을 뻗어 내가 가로막고 있던 문을 밀어 열었다. 나는 우르르 걷기 시작하는 그들 틈에 끼여 꼭 밀쳐지듯 게걸음하며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검은 커튼이었고 그 너머의 무대였다. 어둠 속에서 들쑥날쑥하는 사람들의 머리통 그림자, 역한 땀 냄새와 이와 뒤섞여 더욱 역하게 느껴지는 지독한 향수 냄새…… 사람들의 틈사구니에서 불쑥 튀어나온 하얀 손이 내 손목을 움켜 쥔다. 소스라치게 놀랐으나 인하야, 하는 연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나를 무대 오른편 구석진 자리에 앉혀 놓곤 500mL 들이의 잔에 맥주를 그득 담아 들고 돌아왔다. 누렇고 투명한 액체 위의 하얀 거품은 파라핀으로 만들어낸 모형처럼 현실성이 없었다. 오늘은 내가 집에 없으니 12시 이전에는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 장난스럽게 말한 뒤 연우는 무대 옆에 작게 난 검은 문 속으로 사라졌다. 있는 듯 없는 듯 교묘하게 가려진 문이었다.

  장식품을 바라보듯 탁자 위의 맥주 잔을 바라보았다. 투명한 유리의 표면에 응결된 물방울들은 무거워지면 잔의 표면을 따라 흘러내렸고 그러다 다른 물방울들을 집어삼키곤 더욱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맥주 너머로 희미하게 사람들의 그림자가 오갔다. 곁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요란한 음악에 잔이 이따금 진동하기도 했다. 나는 허리를 수그려 탁자 위에 턱을 대고 사팔뜨기 꼴을 한 채 맥주 속의 세계를 노려보았다. 기포가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상승한다.


  "너 혹시 자니?"


  커다랗고 선이 뚜렷한 눈이 노란 세계 안에서 끔버인다.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눈을 치켜뜨고 도리질 쳤다.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낯선 여자였다. 그녀는 맥주 잔에 들이 밀었던 얼굴을 물리고 내 옆에 주저 앉았다. 피워도 되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서 쳐다본 그녀는 한 손에 시가렛 같은 것을 피워 물고 있었다. 그녀는 도톰한 입술을 동그랗게 오므려 후하고 날 향해 연기를 뱉어 냈다. 내가 알고 있던 담배의 향보다는 덜 지독했다. 그제서야 나는 내가 기묘한 세계에 들어오고 말았노라 떠올렸다. 이런 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놀라지 않을 수 있으리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 같은 게 샘솟는 것도 같았다. 때문인지 나는 제법 대범하게 여자가 건넨 담배를 한 모금 빨아보곤 다시 그녀에게 돌려주었다. 연기를 뱉어내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해 그대로 삼켜버리곤 콜록이자 그녀가 키들댄다.


  "나 기억 안 나?"

  "응."

  "아까 입구에서 너한테 말 걸었는데."

  "아아, 알 것 같아."


  연우와 인사를 주고 받았던 무리에 끼여 있던 검은 화장의 여자였다. 그녀는 코르셋 같은 장식이 붙어 있는 검은색의 미니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케시미어는 아니지만 에딘버러에서 산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거품이 가라 앉고 미지근하게 식은 맥주를 홀짝이며 그녀의 말에 맞장구쳤다. 대개는 내가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어지럽게 티미한 불빛이 뒤섞여갔고 시야는 마치 금이 간 듯 이등분되었다. 여자는 내가 잘 듣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곤 점차 말수를 줄여 갔다. 그리고 결국에는 입을 다물었다. 분위기가 가라앉아 버렸기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입을 열고 말았다. 맥주는 어느새 반으로 줄어 있었다.


  "조금만 천천히 말해줄 수 있어?"

  "오, 그래."


  그렇게 답하며 그녀는 계속해 머릴 흔들었다. 꼭 귓가로 다가온 모기 따위를 쫓아내듯.


  "고마워."

  "음, 그러면 어디서 왔어?"

  "한국."

  "북쪽? 남쪽?"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늘상 듣는 말이었기에 별 생각없이 '남쪽,' 하고 답했다. 그녀는 저홀로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 그 큰 눈을 도로록 굴리며 조용히 '남한……?' 하고 중얼거렸다. 나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고 세팅이 한창인 무대 위를 올려다 보았다. 쿵쾅대는 음악은 계속해 스피커로부터 흘러나왔고, 파랗고 빨간 불빛들이 산만하게 끔벅였다. 컴컴한 무대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드럼이며 키보드가 눈에 들어온다. 나는 나사가 하나 빠져 웃음을 터뜨렸다. 끓어버린 냄비 뚜껑이 들썩이듯 포슬포슬 스스로의 압력을 견디지 못해 튀어나온 웃음이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여자의 이름을 불렀다. 멜리사는 나와 동갑이었고 연우와 같은 대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멜리사가 식어버린 내 잔을 테이블 구석으로 밀어내고 자꾸만 새로운 잔을 가져다 주었다. 나는 그것을 막연하게 당연시하며 그녀가 내미는 잔들을 있는대로 다 받아 마셨다. 마침내 무대 위의 불이 켜지고 가물하게 아롱졌던 그림자들이 환하게 밝혀졌던 때, 나는 연우가 드럼 연주자와 귓속말을 주고 받는 것을 보았다.


  "아, 저기 있네."


  멜리사가 그를 턱짓했다. 그의 손에는 기타 목이 쥐여져 있었다. 그는 키보드 담당이 아닌 모양이었다. 나는 하이얗게 드러난 그의 목덜미를 응시했고 그 순간 연우가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눈이 마주쳤다. 연우는 살짝 손을 흔들었고 입 모양만으로 기다리라 속삭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대 앞에서 사람들이 춤추기 시작했고 마치 라푼젤처럼 머리를 늘어뜨린 금발의 가수가 마이크를 잡았다. 무대 위 조명은 침침하게 변해 나는 더 이상 연우를 눈으로 찾아낼 수 없었다. 연우의 시선 또한 느낄 수 없었다. 다만 그의 소리를 들었을 따름이다. 바 쪽으로 가 맥주를 2잔 더 가지고 멜리사와 내 앞에 한 잔씩 내려놓았다.


  "헤테로야?"

  "뭐?"

  "내 말은…… 너 여자애 좋아하냐고."


  멜리사가 맥주를 들이키며 내게 물었다. 황당할 정도로 뜬금없는 물음이었다. 나는 알 수 없는 답답함을 느꼈다. '난 어느 쪽이든 상관 없어,' 라며 멜리사는 변명하듯, 나를 안심시키듯 내뱉었다. 그녀가 내게 헤테론 물어본 것은 그러나 도리어 그녀가 가지고 있는 확신을 우회시킨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하다 못해 연화가 곁에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런 식으로 나를 은연 중 탐색하고 결론을 내린 그녀에 당혹스러움이 덮쳤다. 내가 머뭇거리면 머뭇거릴 수록, 멜리사는 더욱 확신에 찬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아니야."

  "그러면 너 혹시 레인이랑 사귀니?"

  "그게 누군데?"

  "이름도 몰라? 같은 왔길래 친한 줄 알았는데."

  "아, 연우."


  그건 절대 아니었다. 그러니까, 그랑 사귀고 있는 건 아니다. 나는 고개를 내저어 그녀의 말을 부정했다. 멜리사는 그러나 믿지 못하겠다는 듯 의심스러운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녀는 내가 연우의 동성 연인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결국 나는 그녀의 시선에 지쳐 토해내듯 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내 형제야."

  "하나도 안 닮았어!"

  "다들 닮았다던데."

  "그런 인간들 눈에 동양인들은 다 똑같아 보일 걸."


  자신의 말에 멜리사는 낄낄대며 웃었다. 사실 그렇기는 했다. 우리들의 눈에 외국인들이 다 똑같아 보이듯, 그들도 마찬가지인 이야기였다.

  무대 위의 연주는 점점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었고 나는 후에 들은 척이라도 할 수 있도록 불빛 아래 점점 드러나기 시작하는 연우를 바라보았다. 그는 너무도 얌전하게 기타를 치고 있었다. 과장된 행동 따위 없이 무표정하고 침착한 얼굴로. 그러나 결구 대충 뚱땅거리고 있다는 느낌은 주지 않았다. 나는 그런 그의 얼굴과 리듬을 타듯 흔들리는 군살 없는 그의 허리가 마음에 들었다. 애살 없어 뵈는 노친네의 표정이라며 내 나즉한 장탄에 멜리사가 토를 달았다. 그녀는 여자만이 지을 수 있는 특유의 표정으로 나를 재차 응시한다. 여전히 내 말을 믿지 못하는 눈치다. 어느샌가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시가렛도 어딘가로 사라져 있었다.

  누군가 망치로 머리를 홈신 두들겨 곤죽을 만들어 놓은 듯, 어지럼증과 그에 비례하는 미약한 떨림이 전신을 덮치는 바람에 고개를 뒤로 젖히곤 천장을 바라보았다. 본래는 검은 빛으로 추정되는 벽은 이따금 검붉고 검푸르게 변모한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도중 곁으로 다가온 멜리사가 내 이마를 짚었다. 시원한 얼음장 같은 체온이다. 잘게 쪼개진 시야가 종국에는 박살나는 것이 망쇄하는 신열 속에서도 느껴졌다. 무대 위의 불이 꺼진 것이 곁시야로 보였으나 아직도 귓가에는 기묘하고 이계적인 타향의 음악소리가, 그 연주가 끊임없이 연쇄되어 이어졌다. 나는 마침내 눈을 감았다. 차가운 손가락이 뺨에 닿아 조심스럽게 뒤척이며.


  "재미 있어?"

  "응."

  "얼마 만큼?"

  "해방된 기분이야."

  "울렁거리지는 않아?"

  "전혀…… 아니, 조금……"


  팔을 뻗어 서늘한 손을 조금더 가까이로 끌어왔다. 저항 없이 다가오는 감촉이 달았다. 잔정을 갈구하듯, 기갈이 들린 듯 너를 찾게 되는 나를 알고 있으려나. 침잠하는 몸뚱어리를 건져 올려줄 것은 어디의 블랙홀인가를 고민해야만 하는 나 또한……

  연화야. 왜? 좋아해. ……. 정말이야.

  네가 정말로 원하는 건 누굴까, 인하야…….

  연화는 믿어 주지 않아. 너와 나 사이에는 무엇이 존재하고 있었지? 그 문제에 대해 내가 입을 열라치면 너는 귀를 막고 눈을 감았다. 입 속에 시큼털털하게 남아 있는 담배의 향내는 마치 떫은 감을 씹었을 때처럼 사라지질 않는다. 나는 마침내 비틀대며 테이블에 머리를 처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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