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11. 16:17 커뮤

[캐롤라인] 통증

  분명 부모가 죽기 전 캐롤라인 스스로의 인생에도 슬픈 기억들은 퇴적물처럼 진득하게 쌓여 층을 이룬 채였다. 때문에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부모가 죽었다. 자매가 묻혔다. 그 사실은 너무도 현실적으로 눈 앞에 들이 밀어졌다. 힘들었다. 때문에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이 어째서 그 전까지의 모든 심통을 무시한 채 발현되고 있는가에 대해. 그것들은 끈덕지게 그녀를 따라다녔다. 끈덕진 타르의 가장 밑바닥에 남은 더욱 끈덕진 찌꺼기 같기도 했다. 삶이 그 완성을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은 완전무결함이 아니라 온전성이라고 융은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결함을 감내해야만 한다는 말 또한 잊지 않고서. 캐롤라인은 그 말에 곧잘 고개를 끄덕이고는 했지만 더이상은 그럴 수 없었다. 이것은 자신을 방해하는 결함 따위가 아니었다. 그져 두려운 결여일 뿐이었다. 제게 있어 무엇이 결여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그 자체가, 재자리 걸음을 반복하는 그녀에게 있어 유일한 결함이자 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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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박

2013. 12. 11. 16:17 플필

캐롤라인 A. 최

캐롤라인 A. 최Caroline Anna Choi


여자

5.1ft. / 105.9lb.

평범한 고등학생→대학생이 되었다.

1994. 12. 25 (2012년 4월 12일 기준, 만 18세)

 

  아버지는 재미 교포 2세(애널리스트), 어머니는 American-French(성형의). 캐롤라인은 장녀이고 양친과 여동생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아틀란타의 롱 레이크Long Lake에서 어머니 여동생 부부-Jeremiah P. / Johanna T. Parkers-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그들 부부는 홈스테이를 운영하고 있음. 부모님과 함께 지내고 캐롤라인이 태어난 집은 롱 레이크가 아니라 스와니 리버 지구에 있다.


  아시안 계통이 섞인 것 치고는 상당히 밝은 피부 톤을 가지고 있지만 백인들의 그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오래된 송수피松樹皮 같은 색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다. 그냥 볼 때엔 검정색이나 다름 없지만 빛을 받으면 짙은 갈색이다. 타인이 보았을 때를 기준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흘러내리는 옆머리(겸 앞머리)가 있다. 머리는 선천적인 직모로 날개뼈에서 한 뼘 정도 더 아랫부분까지 기른 상태. 최근엔 금발로 염색을 했을 하고 굵은 웨이브를 넣었다. 얼굴은 외국에서 대체로 생각하는 전형적인 동양인 상. 눈이 약간 위로 올라가있고 입술은 작고 도톰하다. 이마는 약간 넓은 편. 계란형이다. 코는 낮지 않다고 볼 수 있을 정도. 평소 무표정하게 있을 때가 많다. 얼굴에서 힘을 빼면 입꼬리가 내려가 상당히 저기압으로 보이는 듯하다.


  몸무게에 비해 살이 더 쪄보인다. 옷 고르는 센스가 유난히도 없어 늘 친구들의 도움을 받음. 적녹약시赤綠弱視이다. 자신이 패션 테러리스트인 이유가 이 때문이라 우기기도 하지만 늘 농담으로 치부 당한다. 가장 안정적인 패션으로 손 꼽히는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다님. 작은 키 때문에 신발은 대부분 컨버스의 4cm 굽이 들어있는 운동화를 신는다.

 

  학교에 교복이 지정되어 있어 평소엔 학교 교복을 입고 다닌다. 교복은 폴드-칼라fold-colar의 셔츠에 왼쪽 가슴에 주머니가 있고 그 위엔 학교 마크가 세겨져 있다. 청록색 리본과 동색의 스커트, 스타킹에 검정 구두가 드레스 코드. 발 사이즈는 9.3in.

Posted by 토박

2013. 12. 11. 16:09

Hortalitium

  청초한 얼굴이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여인은 간간이 숨을 고르기 위해 '소리'를 멈추었다. 그녀의 얼굴은 하얗고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사내는 경건함이 깃든 표정으로 스크린 너머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제 스크린에는 확대된 여인의 입술만이 유연한 움직임을 반복한다. 붉고 새초롬해 보이는 입술이었다. 마치 붓으로 그린 것처럼 미려한 곡선을 지닌 그 입술은…… 사내는 제 옆 리모콘을 들어 음소거를 해제시키고 스크린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뻗어 그 거친 표면을 손으로 쓸었다. 8개로 분할되어 구성된 스테레오 스피커가 방 안 곳곳에서 여인의 목소리를 흩뿌린다. '그것'은 노래했다. 자신을 구존할 길이 그 밖에 없다는 것을, 그녀는 무척이나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스크린은 돌연 암흑으로 화했다. 톡 하고 펨토칩이 꽂힌 소켓이 스크린 뒤편의 리더에서 튀어나와 카펫 위로 떨어졌다. 소켓에선 회백빛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플라스틱의 탄 내가 사내의 비강을 훑으며 들어 온다.

  "대단한데."

  사내는 고갤 들어 뒤를 바라본다. 목소리가 들려왔던 곳엔 그를 닮은 또다른 사내가 사라져 버린 스크린 속 가희를 향해 가벼운 박수 갈채를 보내고 있었다. 그는 사내의 옆을 스쳐 아직도 연기가 올라오고 있는 펨토칩 소켓을 주워 들었다. 검지와 엄지를 이용해 그것을 집어 커튼이 걷힌 창가에 가져다 댄다. 양광이 투명한 소켓을 투과했다. 관찰을 통해 알아낼 수 없는 것은 그러나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사내는 직감했다. 불구하고 또다른 사내는 무의미한 그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보석을 감정하듯 찬찬히, 그는 소켓을 바라보았다.

  "어디서 구한 거지"
  "제41지구."
  "승인이 났나 앞뒤 꽉 막힌 놈들이 그래줄 리가 없는데."
  "대가리에 화엽충(火葉蟲)을 주사해 줄까 물어 봤었거든."
  "누구에게."
  "뒤셀클로마디프 중위."

  말로 했을 리가 없다. 평소 그의 성정으로 미루어 보아 자연스러이 상상되는 광경은 어찌 보면 뻔한 것─사내가 배양된 화엽충을 탄 약물이 든 주사기를 겁나한 중위의 목에 대고 정중히 연구실의 문을 열라 협박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중위는 덜덜 떨리는 손과 입술로 지문과 보이스 체크에 임했을 것이다. 사내는 관찰하던 소켓을 본래 주인에게로 돌려 주었다. 소켓을 돌려받은 사내는 그것을 제 재킷의 앞 주머니 속에 밀어 넣는다. 그는 그것을 두어 번 만지작거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사내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다름아닌 짧은 질책이었다.

  "내부 회로가 죄다 연소되었어. 그 칩은 차피 카피일 뿐이야, 수야. 보존시킬 가치가 없다는 건 알고 있을텐데."

  수야는 만지작거리던 소켓을 앞주머니에서 꺼내 손바닥 위에 얹는다. 소켓에 붙어 있는 하얀 견출지 위엔 'Noct.07-cp'라는 글자가 고딕체로 깔끔하게 타이핑되어 있었다. 택(tag)의 마지막에 붙은 cp는 아마 카피라는 의미리라 수야는 짐작했다. 그는 홀린 듯 소켓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이미 타버려 까맣게 변해 버린 칩을.
  ─뒷내용이 있을 것이다. 아니, 있어야만 했다. 그가 손에 넣은 펨토칩은 군 최고 기밀 사항에 해당되는 물품의 카피였다. 그저 노래하는 여성의 모습만이 담겨 있을 리가 없었다. 수야는 눈을 감았다. 사내의 시선이 느껴졌으나 그는 개의치 않는다.
  칩은 연구실의 칩 케이스에서 분리한 후 일정 시간이 지나자 자동으로 연소되었다. 어쩌면 영상의 타임바가 어느 정도 지나면 연소되는 것인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무엇이든 간에 영상의 뒷내용을 볼 수 없도록 분명 누군가 조치를 취해 놓은 것임에 틀림은 없었다.

  "수야."

  수야는 눈을 떴다. 사내는 그를 그윽한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수야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저와 똑같은 얼굴을 가진 이가 자신을 저렇게 바라본다는 것은 퍽 끔찍스러운 일이다. 마치 거울을 보며 되지도 않는 멋진 척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수야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사내는 제 손바닥을 펼쳐 수야에게 내밀었다. 소켓을 그에게 넘기라는 뜻이다. 수야는 그러나 고갤 내저었다. 사내의 미간에 진한 주름이 잡히는 것을 그는 그저 그리 바라보았다. 그는 이내 손을 거둔다. 머쓱해 보이지는 않았다.

  "솔, '이건' 내가 처리해. 너에게 줄 수 없어."

  퍽 낮은 목소리였다. 짜증이 섞인 것 같기도 했다. 솔는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수야가 가진 그 무엇도 원하지 않는다. 그것은 수야 또한 그와 마찬가지일 터였다. 때문에 솔는 어째서 그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칩은 카피야."
  "알고 있어."
  "그 칩은 연소되었지."
  "그것도 알고 있어."
  "그 칩을 가지고 있다가 '그들'의 눈에 띈다면 넌 아마 마그네틱에 넣어질 거야."

  ─모두들 하나를 죽이기 위해 도끼눈을 뜨고 있으니까. 솔는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영원할 것 같은 침묵이 영사실 내에 감돌기 시작했다. 수야는 손바닥 위의 소켓을 그러쥐곤 응시한다. 차갑고 자그마한 감촉의 소켓은 기분이 좋았다. 다만 그뿐으로, 이제껏 찾아온 것을 손에 넣었다는 감흥은 일지 않은 채였다. 솔는 몇 번이고 제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대다 급히 뒤돌아 영사실을 빠져나갔다. 딱딱한 구둣굽 소리가 뻥 뚫린 복도에 먹혀 들어가며 공기 중의 초음파와 공명하다 소멸되었다. 수야는 호흡을 멈춘 채 점차적으로 줄어드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솔의 발소리가 사라지자 마침내 숨을 들이쉬었다. 영사실은 어두컴컴했으나 걷힌 커튼 덕에 조금은 밝기도 했다. 기실 이 정도의 어둠의 존재는 무관했다. 그는 어둠에 익숙한 이였으니까.
  때문에 수야는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다시 쳐 내리곤 영사실을 벗어났다. 그의 발소리 또한 솔의 그것이 그러하였듯, 점차적으로 부스러지다 이내 사라졌다. 그의 손바닥 안에는 여전히 타 녹아 버린 소켓이 쥐여진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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