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11. 16:17 커뮤

[캐롤라인] 통증

  분명 부모가 죽기 전 캐롤라인 스스로의 인생에도 슬픈 기억들은 퇴적물처럼 진득하게 쌓여 층을 이룬 채였다. 때문에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부모가 죽었다. 자매가 묻혔다. 그 사실은 너무도 현실적으로 눈 앞에 들이 밀어졌다. 힘들었다. 때문에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이 어째서 그 전까지의 모든 심통을 무시한 채 발현되고 있는가에 대해. 그것들은 끈덕지게 그녀를 따라다녔다. 끈덕진 타르의 가장 밑바닥에 남은 더욱 끈덕진 찌꺼기 같기도 했다. 삶이 그 완성을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은 완전무결함이 아니라 온전성이라고 융은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결함을 감내해야만 한다는 말 또한 잊지 않고서. 캐롤라인은 그 말에 곧잘 고개를 끄덕이고는 했지만 더이상은 그럴 수 없었다. 이것은 자신을 방해하는 결함 따위가 아니었다. 그져 두려운 결여일 뿐이었다. 제게 있어 무엇이 결여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그 자체가, 재자리 걸음을 반복하는 그녀에게 있어 유일한 결함이자 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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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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