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12. 15:09

Q

  포크의 끝에 짓눌린 방울 토마토가 압력을 이기지 못한 채 퍽하는 소릴 내며 터져 오른다.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접시가 긁혀 나갔다. 그 소리에 J는 고갤 든다. Q는 고갤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얇은 금테 안경을 코끝에 걸친 J와 그녀의 눈이 마주쳤다. 검은 눈이었다. 구역질을 불러 일으키는 검은 눈. 서늘한 그 눈매는 그러나 그 무엇도 담고 있지 않았다. Q는 가빠져 오는 제 숨결을 느끼며 입매를 일그러뜨렸다. 어째서? 머뭇거리지 않고 씹어 내뱉었다.

 

  "……시끄러워."

 

  그가 어째서 이 방으로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마산댁은 그가 바쁜 사람이라고 말했고, 실제로도 그는 평소 상당히 바빠 보였다. Q는 그가 평생 자신의 앞에 나타나지 않기를 바랬다. J는 이에 답하듯, 일말의 흥미조차 내비치지 않겠다는 듯, Q를 향하던 시선을 다시 손에 들린 책으로 내리깐다. 아니, 그는 정말로 그녀에게 관심이 없었다. 포악한 Q의 손에 들린 단죄의 칼날은 마악 토마토 한 마리를 더 죽인 참이다. 그녀는 쿵쿵대며 식탁보 덮인 유리를 내려 찍어댔다. J는 고개를 가볍게 내젓고는 계속해 책을 읽어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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